이리나의 훈련이 시작되었다. 이리나는 타고난 신체 능력과 지기 싫어하는 성격으로 어려운 훈련들을 해나갔다. 혐오스러운 시선을 받더라도 이에 굴하지 않고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에 레프는 내심 놀랐다. 하지만 주위의 시선은 차가웠고, 이리나도 자신의 마음을 좀처럼 열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도 어찌어찌 훈련은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듯했지만 이리나에게서 치명적인 단점이 발견되었다. 그것은 바로 그녀에게 고소공포증이 있었다는 것이었는데.

수많은 고난을 넘어선 끝에 이리나는 우주에서 무사히 귀환했다. 하지만 그 첫 번째 위업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비밀을 너무 많이 알아버린 실험체가 되어 국가 상층부가 그 처우를 검토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한편, 레프는 명령에 따라 이리나의 감시 역할을 그만두고, 보결에서 벗어나 우주비행사 후보생으로 복귀했다. 이제부터는 졸업식을 앞두고 혹독한 훈련에 열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함께 우주를 꿈꾼 두 사람의 길은 갖가지 생각으로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했는데.

1961년 4월 12일. 드디어 발사의 때가 다가왔다.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을 등에 지고 레프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우주비행사로서 우주로 날아갔다. 이리나가 열어젖힌, 우주를 향해 나아가는 길을 따라서. 대기권을 벗어난 레프의 눈에 들어온 풍경은, 예전에 그녀가 레프에게 묘사했던 대로였는데.